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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그리워하면 그 사람은 영원히 내 곁에 있네 / 고약박 외

booktrain 2022. 7. 30. 14:43

고약박    김지선 정민경   휴먼필드 刊  신국판 176  10,000  isbn 978-89-963888-3-8 93820

 

 

이화여자대학교 중국문화연구소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명대여성작가총서>의 두 번째 책 <산문선-그 사람을 그리워하면 그 사람은 영원히 내 곁에 있네>. 명대 여성 산문에는 부(), (), (), (), (), 제문(祭文), 축문(祝文)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전해지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명대 여성 문인들의 문예관과 문예 교류를 알아볼 수 있는 문장 35편을 가려 뽑은 것이다. 유숙을 비롯하여 고약박 상경란 형자정 등 23명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권말에 명대 여성문학에 대한 해설과 각 여성문인들의 생애를 소개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국내 초역.

   

규방의 연꽃들, 문지방을 넘어서다

   

명대에 이르러 여성교육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많은 여성들이 글을 배울 수 있었고, 이는 바로 여성문인 집단이 대거 출현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물론 여성교육은 귀족가문, 특히 강남(江南)의 권문세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평민가정의 여성, 기녀 등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이 글을 배우면서 문학 창작에 가담하였다. 더욱이 명말청초라는 혼란한 시기를 겪으면서 여성문인들이 처한 상황은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명대 여성문학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면서도 모순적으로 드러난다.

한편에서는 규방 안에서 늘 자신을 굽히며 조심스레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천하를 호령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 한편에서는 시 짓는 것을 스스로 말기(末技)로 치부하며 원고를 불태워버리는 여성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다른 여성들의 작품을 열심히 수집하는 여성이 있다. 이렇듯 양극단의 모습들이 절묘하게 공존하였던 것이 명대 여성문학의 실체이다. 비록 드러난 모습들은 다양하였지만 그들이 걸어갔던 발자취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누구보다도 문학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던 그 삶의 흔적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맑은 샘에는 해가 그려지고 흰 눈에는 노을이 덮인다. 하늘을 뒤집을 듯 맑은 퉁소 불고 거문고 어루만지며 노니는 물고기를 바라본다. 빛은 가려도 드러나겠지만 산과 강의 그림자 이지러질까 두려울 뿐이다. 옥으로 된 붓은 맑은 파도에 눈물을 씻고 은으로 된 붓은 맑은 땀에 향기를 맺는다. 이러한 풍류가 이미 멀어졌음을 탄식하며 머리를 부스러뜨려서라도 내 생각을 글로 남기려 한다. 달과 하늘을 새기듯 글을 쓸 때는 좀 먹은 옛 문장을 빌리지 않았고 먹을 펼쳐서 붓끝을 휘두를 때에도 공손대낭(公孫大娘)의 검술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슬프다! 비단 같은 강물에 신선이 빠지고 변방의 구름 속에서 기러기 운다. 이 삶을 스스로 끊은 들, 하늘에 물어도 무슨 답이 오겠는가? 이에 서리 맞은 꽃술을 곱게 빻아서 얼음 같은 책 상자 안에 넣어두었다. 부끄럽게나마 바람서리 맞은 나라의 사직을 메우고, 그저 칠실(漆室)의 여성들처럼 나라 일을 걱정하는 슬픈 정조(情操)를 부치고자 한다.

유숙의 개산유집 자서

 

유숙이 자신의 작품집 <개산유집>에 쓴 서문이다. 유숙은 일찍이 부모를 잃고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까지 잃으면서 고달픈 삶을 살았지만 평생 수절하며 꿋꿋하게 살았다. 더욱이 명나라가 몰락하자 이를 비통해하며 가산을 팔아 청나라 군대에 저항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도왔는데 시대에 대한 비분강개, 나라에 대한 걱정, 삶과 죽음을 엄숙하게 바라보는 시선 등이 이 글에 잘 드러났다. 자신의 글을 공손대낭의 검술로 비유한 표현에서 유숙의 호방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글 속에 화장기가 들어 있지 않다

   

이 책은 조선의 사대부 여성 허경번(許景樊)의 시와 문장을 엮은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수려하고 글 속에 화장기가 들어 있지 않았다. 예전에 강선(絳仙)의 미모가 보는 사람의 허기를 채워줄 수 있다고 일컬어졌는데 허경번이 혹 그러한 무리가 아닐까? ‘수옥(水屋)’이나 주비(珠扉)’ 등 한두 마디 말은 간간히 고인에게서 훔쳐온 것이지만 빼어난 풍경을 그려내는 데 화가의 후예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세상 사람들아! 구자국(龜茲國) 왕처럼 이른바 당나귀도 말도 아닌 노새라 하며 업신여기지 말라. 심무비(沈無非)가 밀운(密雲)의 심심재(深深齋)에서 씀.

<취사원창> 

   

명대의 여류가 조선의 여류를 평하는 대목을 만날 수도 있다. 심무비가 허난설헌의 작품집 취사원창에 쓴 서문이다. 심무비는 허난설헌의 작품에 비록 중국 고인의 작품을 본뜬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구자국왕이 노새로 폄하되었던 것처럼 사이비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하면서 허난설헌의 독창성과 예술성을 높이 평가하였다. 또한 놀라울 정도로 수려하고 글속에 화장기가 들어 있지 않았다(秀色逼人, 咄咄無脂粉氣)”라고 하였던 것에서 당시 심무비가 추구하였던 창작 경향이 화려하지 않으면서 우아한 풍격이었음을 알 수 있다. 허난설헌의 작품이 중국에서 판각되었던 상황을 통해 일찍이 명대와 조선 시기에 여성문학이 서로 교류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글은 한중 비교문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라 하겠다.

   

목차

   

1_문예관

고약박顧若璞  방맹식方孟式  방유의方維儀  상경란商景蘭  상정백桑貞白  서 범徐 範  심무비沈無非  심의수沈宜修  심정전沈靜專  양소옥梁小玉  오 백吳 柏  오 초吳 綃  왕단숙王端淑  왕 미王 微  유 숙劉 淑  육경자陸卿子  이 벽李 璧  형자정邢慈靜

   

2_문예교류

고약박顧若璞  맹사광孟思光  상경란商景蘭  오 백吳 柏  서 원徐 媛  양맹소梁孟昭  왕단숙王端淑  정여영鄭如英  정 씨鄭 氏

 

해설 : 명대 명원(名媛)의 세계

부록 : 작가생애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명대여성작가 집성,  15권 순차적으로 발간

   

<명대여성작가총서>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과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중국문화연구소(소장 이종진/중문과 교수) 2009년부터 추진해온 명대 여성작가 작품 집성-해제, 주석 및 DB 구축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연구 책임을 맡고 있는 이종진 교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중요 작가를 중심으로 문학적 성취가 높은 작품을 선별해 일반에 알리기 위해 총서를 출간한다.” 이 작업을 통해 한국과 중국의 고전문학 내지는 여성문학 연구의 중요한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출간 의의를 밝혔다.

총서는 총 15권 분량으로 기 출간한 이인시선(李因詩選), 이번에 선보이는 산문선과 함께 금년 중으로 범호정시선(范壺貞詩選), 심의수시선(沈宜修詩選) 등 시집과 오몽당집사선(午夢堂集詞選), 등 세 권을 더 출간할 예정이다.

  

 

역자  김지선 정민경

   

김지선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문학사 취득.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문학석사 취득.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문학박사 취득.

현재 이화여대 중국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논문으로 <신이경 시론 및 역주>, <위진남북조 지괴의 서사성 연구> 등 다수가 있음.

   

정민경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문학사 취득.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문학석사 취득. 중국사회과학원 중어중문학과 문학박사 취득.

현재 이화여대 중국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역서로는 <태평광기>(학고방), <우초신지>(소명) 등이 있음.

논문으로 <현괴록 시론 및 역주>, <단성식의 유양잡조 연구> 등 다수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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